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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교수의 엄마육아기] 아이와 함께 자라는 엄마 - 컴퓨터와 흙

기사입력 2007-04-30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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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흙


방학이 되면 아이와 어머니와의 실랑이가 하루에도 몇번이나 일어나는 현상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겨울방학동안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자녀상담은 컴퓨터게임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짬만 나면 컴퓨터게임을 하고 싶어한다는군요. 부모님들께서는 아이들이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게 되면 건강을 해치지는 않을런지, 시력이 나빠지지는 않을런지, 공부할 시간이 빼앗기지는 않을런지, 등등의 걱정들이 줄을 서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아이들이 컴퓨터 아닌 다른 놀이를 하고 싶어도 마땅히 할만한 놀이가 없는 실정입니다.

  

옛날에는 형제자매간이 여럿이다 보니까 어울려 놀 수 있는 인원 조건이 자연스럽게 갖추어졌던 거지요. 그런데, 오늘날에는 자녀를 한명 또는 두명 밖에 두지 않기 때문에 놀만한 그룹이 형성되지 못하는 겁니다. 놀이는 한 명이면 상대가 없기 때문에 무료하고, 두 명일 경우에는 단순하여 재미가 없고, 적어도 세 명 이상이 되어야 긴장감과 박진감이 어우러져서 흥미진진하게 놀 수가 있답니다. 오늘날의 놀이문화는 세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점점 형태를 바꾸어가게 되면서 아이들은 책을 읽거나, 텔레비전을 보거나, 장난감에 몰두하거나, 컴퓨터 게임에 심취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그리고, 요즘에는 아이들이 놀만한 ‘땅’이 없기 때문에 집에 오두마니 있으면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게 되었습니다. 옛날에는 아이들이 들로 산으로 냇가로 마음껏 뛰어놀 수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집 밖을 나서 보면 도로에는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고 골목마다 크고 작은 차들이 점령해 있는 형편이라서 아이들이 신바람나게 달렸다가는 큰 사고가 나겠지요. 아파트나 동네에 있는 놀이터조차도 놀이기구가 덩그랗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서 다양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땅이 없습니다.

  

게다가 오늘날에는 컴퓨터든 다른 장난감이든 가지고 놀만한 물건이 없으면 아이들이 잘 놀 줄을 모르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장난감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지천으로 널려 있는 주변의 자연물들이 모두 장난감이 될 수 있었으니까요. 강아지풀 한가지로도 ‘챙비차라 얼레기차라…’라고 노래불러가며 손 장난질을 해가면서 몇 시간이고 재미있게 놀았었지요. 또, 잠자리를 보면 ‘잠자리 꽁꽁…’노래를 부르면서 잠자리를 따라 달리며 온 들판을 누볐었지요.

  

옛날에는 우리의 몸 그 자체가 훌륭한 놀이감이었답니다. ‘기와밟기’, ‘청어엮자’, ‘고사리꺾자’ 등 수없는 놀이를 하면서 옛적 아이들은 오직 몸 하나로 온종일 신명나게 놀 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시간가는 줄도 모르게 놀 수 있는 터전인 ‘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는 ‘땅’은 아이들의 지능적 정서적 신체적 성장 즉 전인적 성장의 필수조건입니다. ‘땅’은 곧 인간이 생명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기본 매체입니다. 인간은 예로부터 흙을 밟으면서 살아왔고, 흙으로부터 많은 생명들을 얻고 수확하여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고, 흙 위에 집을 지어서 생활을 영위하다가 결국은 흙으로 돌아가면서 생을 마감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서 흙은 인간사의 시작이요 끝인 것입니다.

  

그런데, 흙을 한번도 못 본채 자란 아이들도 있더군요. 텃밭에서 옥수수체험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한 아이가 흙을 보고는 놀라서 흙에 절대로 발을 내리지 않으려고 발가락을 꼬부린 채 선생님 팔에 매달려 ‘앙앙’ 소리내어 울더군요.

  

설령, 부모님들께서 자녀와 함께 바깥 바람을 쐬러 나간다하더라도, 흙을 밟기란 거의 힘들겠지요. 땅은 거의 모두가 아스팔트로 덮여 있거나 블록이나 타일로 딱딱하게 매김질되어 있는 입장입니다.

  

오늘날, 굳이 흙을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자면 텃밭, 화단, 화분 등에서 찾을 수 있고, 산에 가면 흙을 충분히 만날 수가 있더군요. 부모님들께서는 아이와 함께 흙의 부드러움과 따뜻함과 생명력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인간의 발달에 있어서는 발의 감각이 손의 감각보다 더욱 원초적이고, 대근육적인 발달이 소근육적인 발달보다 먼저입니다. 흙을 밟는 것이 흙을 만지는 것보다 먼저입니다. 부모님들께서 가까운 동네 산에서라도 자녀들과 함께 걸으며 자연의 기운을 오감으로 받아들이고, 흙의 훈기를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우리나라는 70%가 산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높고 낮은 산들이 우리 주변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겨울에는 땅이 많이 미끄럽기 때문에 따뜻한 시간을 이용해서 낮은 주변 언덕부터 시작하여 자녀들을 바깥 대자연으로 끌어내시길 바랍니다. 이번 겨울방학동안에 가족 모두 더욱 건강해지시고 시각을 더 넓은 세상으로 넓히시고, 흙과 함께 따스한 정감을 서로 나눠보시길 바랍니다.▣

 

 

 

 


 



김정화 교수

효성여자대학 기악과 졸업, 피아노 전공

계명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음악교육 전공

대구대학교 대학원 수료, 유아교육 전공


대구산업정보대학 유아교육과 교수

맑고푸른 대구21 추진위원회 위원

한국코다이음악협회 연구위원

리트미 유아음악연구소 자문위원

대구광역시 수성구 보육정책위원

대구생태유아협의회 회장

대구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운영위원

한국유아교육보육행정학회 이사


저서

김정화 동요작곡집 <봄오는 땅 속에는> : 세광음악출판사, 1981.

유치원 기악 합주곡집 : 보육사, 1985.

초등학교 새교과서에 따른 피아노반주곡집 1-6권 : 동서음악출판사, 1992.

유아음악교육 : 형설출판사, 1993.

피아노 반주의 이론과 실제 : 형설출판사, 1995.

유아교육을 위한 피아노 율동곡집 : 동서음악출판사, 1996.

유아음악놀이지도의 이론과 실제 : 학문사, 1997.

유아용 피아노 교본 <동서음악캠프> 1-18권 : 동서음악출판사, 1998.

유아전래동요지도 : 양서원, 1999.

아동학 : 교육과학사, 2006.

대구인터넷뉴스제공 (gjnews@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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